우리가 흔히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ChatGPT처럼 질문에 답하거나 그림과 영상을 만들어 주는 기술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AI의 활용 범위는 이미 훨씬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구에서 약 38만 km 떨어진 달을 연구하는 데도 AI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NASA와 IBM은 최근 달 관측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NASA-IBM Lunar Foundation Model을 공개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사람이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운 방대한 달 관측 자료를 AI가 분석해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는 기술입니다.
달에는 우리가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달 남극은 앞으로의 우주 탐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깊은 크레이터 가운데는 햇빛이 거의 또는 전혀 닿지 않는 곳이 있고, 이런 지역에는 물 얼음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확인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AI는 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수십 년 동안 쌓인 달의 데이터를 AI가 읽는다
NASA는 오랜 기간 여러 탐사선을 이용해 달을 관측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진뿐 아니라 지형, 고도, 온도, 광물 성분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축적됐습니다.
문제는 자료가 많아질수록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하나하나 비교하고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AI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NASA와 IBM이 개발한 Lunar Foundation Model은 여러 종류의 달 관측 정보를 함께 분석해 크레이터나 지질학적 특징을 찾아내고 서로 다른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AI가 과학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가 더 많은 자료를 효율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연구 도구에 가깝습니다.
기존 분석 방식보다 최대 23% 향상
이번 발표에서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성능입니다.
IBM에 따르면 이 모델은 일부 달 표면 특징을 식별하는 평가에서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과 비교해 최대 23% 향상된 성능을 보였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23% 향상’이라는 숫자가 달에 관한 모든 분석을 23% 더 정확하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정 벤치마크와 작업에서 확인된 결과이기 때문에 적용 분야에 따라 성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방대한 우주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I가 실제 과학 연구를 얼마나 빠르게 보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달의 얼음은 왜 그렇게 중요할까?
달에서 물 얼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굳이 달에서 물을 찾아야 할까?”
지구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이지만 달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우주로 물자를 보내려면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미래에 달에서 이용 가능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간 탐사를 계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 자체로 사용할 가능성뿐 아니라 산소와 수소 같은 자원을 얻는 연구에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달의 물 얼음은 단순히 “달에도 물이 있다”는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미래 우주 탐사 자원이라는 관점에서도 연구 가치가 큽니다.
달 남극이 주목받는 이유
특히 관심을 받는 곳은 달 남극입니다.
달의 자전축과 지형 특성 때문에 일부 깊은 크레이터에는 태양빛이 오랫동안 닿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존재합니다. 매우 낮은 온도가 유지되는 이런 장소에는 물 얼음 같은 휘발성 물질이 오랜 기간 보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달 남극은 지형이 복잡합니다. 깊은 크레이터와 가파른 경사, 극심한 명암 차이가 있어 탐사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정밀한 지형 분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AI를 이용해 크레이터와 지형적 특징을 더욱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과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탐사 지역을 찾고 미래 임무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I가 인간 대신 달을 탐사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혼자 탐사 장소를 결정하고 우주선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사람이 놓칠 수 있는 패턴을 찾아주고, 방대한 자료에서 연구할 가치가 높은 부분을 빠르게 선별하는 것입니다. 최종적인 과학적 판단과 탐사 결정에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AI가 과학자를 대신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과 AI가 함께 이전보다 훨씬 많은 우주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AI는 이제 우주를 읽는 도구가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에게 AI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서 사용하는 기술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와 날씨를 분석하고, 위성사진을 살펴보고, 새로운 물질을 찾고, 천문학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실제 과학 연구에서도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AI는 달의 크레이터와 지질학적 특징까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달 탐사가 계속되고 관측 데이터가 더욱 많아진다면 사람이 모든 자료를 직접 분석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AI와 같은 분석 도구의 역할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AI의 미래가 컴퓨터 화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탐사 현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달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에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눈 하나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눈이 앞으로 달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지켜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