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얼음 아래에서 찾은 1,943개의 계곡

그린란드 사진을 보면 온통 하얀 얼음뿐입니다. 얼음 아래에 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땅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NASA Earth Observatory가 2026년 9월 28일 소개한 연구를 읽고 나니, 평평해 보이는 얼음 아래에 얼마나 복잡한 지형이 숨어 있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연구진은 그린란드 빙상 아래에 있는 1,943개의 계곡을 지도화했습니다.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은 새롭게 확인된 계곡이라고 합니다. 이미 알려져 있던 계곡 중에도 이전 지도에서 표시된 것보다 훨씬 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곳이 있었습니다. 일부는 그 차이가 수백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NASA Science

얼음 아래에 또 다른 풍경이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상은 약 170만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있고, 가장 두꺼운 곳은 3킬로미터가 넘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얼음 아래에는 산과 능선, 계곡이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그 전체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얼음 표면만 바라보면 아래의 땅이 평평한지, 깊게 파여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NASA Science

저는 처음에 ‘1,943개를 어떻게 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음을 하나씩 뚫어서 확인한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방법에 있습니다. 연구진은 얼음 아래를 눈으로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얼음 위에 나타난 작은 변화를 단서로 아래 지형을 추론했습니다.

위성은 얼음 표면의 작은 굴곡을 읽었습니다

빙상은 단단하게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천천히 흐릅니다. 얼음이 아래의 계곡이나 능선 위를 지나가면 그 영향이 얼음 표면에도 희미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위성이 자세히 관측한 얼음 표면의 높낮이를 분석해, 그 밑의 땅이 어떤 모습일지 살펴봤습니다. NASA는 이 방법을 Ice Flow Perturbation Analysis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얼음이 흐르면서 표면에 남긴 흔적을 읽는 방법입니다. NASA Science

물론 표면에 작은 굴곡이 보인다고 해서 계곡의 모습을 사진처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기존 지형 지도와 비교하며, 보이지 않는 아래 지형을 더 자세히 그려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쇼츠 영상에서 보는 투명한 얼음과 선명한 계곡도 실제 촬영 화면이 아니라 이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눈앞에는 비슷한 하얀 얼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아주 작은 높낮이를 살펴보면 그 밑에 오래 가려져 있던 풍경의 단서가 나온다는 점 말입니다.

새 계곡뿐 아니라 기존 계곡의 길이도 달라졌습니다

이번 지도에서는 계곡 1,943개가 확인됐고, 약 3분의 1은 새롭게 찾아냈습니다. 또 기존의 그린란드 빙상 아래 지형 지도에 표시된 계곡 가운데 약 절반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빙상 안쪽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중서부에서는 길고 곧게 뻗은 계곡들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NASA Science

이렇게 들으면 이미 있던 계곡이 갑자기 길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이 새로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얼음에 가려져 지도로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 분석을 통해 더 이어서 그리게 된 것입니다. 지도의 선이 끊겨 있었다가 숨은 구간을 찾아 연결한 모습에 가깝습니다.

계곡은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요?

새 지도는 계곡의 위치만 보여 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린란드의 오래된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볼 단서도 줍니다. NASA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계곡은 현재 그 위를 덮고 있는 얼음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부와 동부의 높은 지대에서 시작하는 듯한 계곡들이 있고, 동부에서는 서로 연결된 계곡과 산악 지형도 나타납니다. NASA Science

중서부의 길고 곧은 계곡들은 연구진에게도 아직 풀어야 할 질문을 남겼습니다. 여러 계곡이 비슷한 방향으로 나란히 뻗어 있어 땅속 암석의 구조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계곡이 갈라지는 각도 역시 오래전 물이 지표뿐 아니라 땅속에서도 흐르며 바위를 깎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아직은 지형에 남은 단서를 바탕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단계이므로, 모든 계곡의 형성 과정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NASA Science

얼음 아래 지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처음에는 계곡을 1,943개나 찾았다는 숫자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을수록 더 중요한 것은 그 계곡들이 얼음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음은 계곡을 따라 집중적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한곳에 모여 두꺼워진 얼음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계곡의 모습을 다시 바꾸기도 합니다. 그러니 얼음 아래 땅의 높낮이를 자세히 알아야 빙상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더 잘 연구할 수 있습니다. NASA는 이번 연구가 그린란드 빙상 아래 지형을 담은 기존 자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NASA Science

이번 연구 하나로 그린란드 빙상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미래의 얼음 움직임을 살피려면 현재 얼음 아래에 어떤 길과 굴곡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번 지도는 그 출발점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만든 연구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얀 표면만 보고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

그린란드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하얀 땅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오래된 산과 계곡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번에 확인한 1,943개의 계곡 가운데는 우리가 미처 모르던 곳도 있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더 멀리 뻗어 있던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모든 이야기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얼음 표면의 아주 미세한 높낮이였다는 사실입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곳이라도, 그 위에 남은 흔적을 차근차근 읽으면 조금씩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연구가 ‘계곡 1,943개 발견’이라는 숫자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내는 과학의 방법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습니다.

자료: NASA Earth Observatory, “Uncovering the Valleys Hidden Below Greenland’s Ice”, 202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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